Long/최팀장

[쿱지] 최팀장 02

11월의 눈꽃 2018. 7. 13. 01:06

  쿲이 나가고 사무실 안에 혼자 남은 훉은 멍하니 제 머리에 덮어진 자켓을 만지작거리다 얼굴에 눈물 자국을 소매로 닦아내고는 흐트러진 옷 매무새도 정리하고 제 귀와 꼬리도 꾹꾹 손으로 눌러서 집어넣음. 그리고 이제 나가면 되는데 왠지 쿲의 앞에 서기가 민망해서 선뜻 나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 손잡이를 잡고 머뭇거리고 있었음. 그런 훉의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건지 밖에서 쿲이 다 됐으면 나오라고 이야기하자 훉 심호흡 크게 하고는 제 어깨에 여전히 둘려진 자켓을 손으로 꼬옥 잡고 문을 열었음. 그러자 그 앞에 여전히 서 있는 쿲의 모습에 일단 먼저 허리를 꾸벅 숙여서 인사를 함.



- 저...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훉의 말에 쿲 아니라는 듯 고개 몇 번 저어보이고는 몸을 돌림. 그래서 훉 눈 크게 뜨면서 쿲 부르려고 하는데 쿲이 먼저 말함.



- 따라와요. 집에 데려다줄테니까.

- 네? 괘, 괜찮은데.

- 놀랐을텐데 어떻게 혼자 가요. 내가 맘이 안 편해서 못 보내요. 데려다줄게요.



  쿲이 너무 단호하게 말하니까 훉 거절 못하고 고개 끄덕끄덕거리고 쿲의 뒤를 따라감. 그러다 제 어깨에 있는 쿲의 자켓에 넌지시 이 자켓 다시 가져가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쿲은 뒤를 힐끔 쳐다보더니 집에 갈 때까지 덮고 있으라고 괜찮다고 그럼. 그래서 훉 그대로 그거 덮은채로 쿲 뒤를 따라서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쿲의 차에 탐. 원래는 뒷좌석에 타려고 했는데 뒷자리에 짐이 있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조수석에 타서 쿲 옆에 앉음. 쿲은 훈에게 네비에 집 주소를 치라고 하고 그 쪽으로 운전해서 가면서 훉에게 말을 걸었음.



- 이런 거 물어봐서 미안한데 꼭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요. 평소에도 그렇게 많이 괴롭힙니까?



  쿲이 물으니까 훉 맞다고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는 않았겠지. 지금도 많이 자존감도 바닥이 쳤고 자존심도 깨졌으니까. 여기서 더 못나지기는 싫었음. 그래서 대답을 망설이는데 그 모습 보고 훉이 대답 해주지 않아도 쿲 눈치채고 일부러 더 캐묻지 않았음. 그러면서 속으로는 초식과 사람을 채용해두고 이렇게까지 방치해둔 윗선들의 의중을 알 것 같아서 참 더럽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제 옆좌석에 앉아 여전히 자켓을 두 손으로 잡고 여전히 살짝살짝 몸을 떨고 있는 이 사람이 참 안쓰러웠음. 초식과의 몸으로 그래도 경호원이라는 직군에 들어오려면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을지 초식과의 실제적인 삶의 실태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 노력을 대충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테니까. 그래서 쿲은 훉에 대해서 생각을 쉽게 접을 수가 없었음. 안쓰러워서 동정하는 마음이라고 훉이 받아들이고 기분 상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쿲은 넘길 수가 없었음. 그래서 훉의 집에 도착해 차에서 훉이 내리기 전에 말을 꺼냄.



- 조만간 전 직원 대상으로 체력 검사랑 실력 테스트 열릴 겁니다. 준비해둬요.

- 아, 네...



  훉은 쿲이 자기를 잡고 그런 말을 해주는데도 딱히 감흥은 없었음. 어차피 이거 해놓고 내 실력이 좋아도 난 여전히 대기라는 이름으로 화풀이 대상이 될텐데- 하고. 그래서 훉은 가볍게 여김. 그리고 다음 날이 되어서 훉 다시 출근해야하는데 정말 하기 싫겠지. 어제는 쿲이 구해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이상 괴롭힘이 안 올 것도 아니고. 아니 더 심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 하지만 그래도 자기 가족들이 보고 있으니 오늘도 밝게 웃으면서 집을 나왔음. 그리고 회사에 와서 제 사무실 문을 열기가 두려워서 망설이다 눈을 질끈 감고 사무실 문을 열었는데 어째서 사무실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는건지. 그리고 이제껏 받지 못했던 사원증도 제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음. 훉 그거 보고 놀라서 눈 깜빡거리고 있는데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림. 그래서 혹시 자기 괴롭히려고 온건가 싶어서 그럼 그렇지 하고 힘 빠지는데 뒤에서 들린 목소리는 쿲이었음.



- 벌써 출근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할 걸.

- 근데... 그게 다 뭐에요?



  쿲이 손에 한가득 들고 오는 짐에 훉 어리둥절해 하는데 쿲은 담담하게 대답함.



- 즤훉 씨가 쓸 비품이요. 직원들이면 당연히 갖출 것들.



  훉은 자기가 당연히 받았어야 할 대우지만 받아보지 못했었기 때문에 쿲이 가져왔을 때 어리둥절 하기만 하겠지. 그래서 쿲이 하는 것만 멀뚱히 보고만 있었는데 쿲이 훉이 앉을 책상 위에 비품을 다 정리했는지 훉을 손짓해서 부르자 훉 머뭇거림. 그러니까 쿲 훉 쪽으로 다가와서 훉 어깨에 손을 올리고 훉을 데리고 의자로 데리고 와서 훉을 앉히고는 책상에 올려져있던 사원증을 훉의 목에 걸어줌.



- 아직 소속 팀은 없어서 일단 임시 사원증만이라도 만들어 왔어요. 이거 없으면 일 하는데 불편할텐데.

- ......

- 팀이야 조만간 체력 검사랑 실력 테스트 거쳐서 다시 편성될거니까 그때 정해질거고, 또 뭐가 더 있더라... 이쯤이면 일단 급하게 필요한 건 다 한 것 같네요.



  쿲이 혼자 중얼거리면서 훉의 사무실 내부를 둘러보고 나서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몇 번 끄덕거리자 훉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쿲을 쳐다봄.



- 최 팀장님은 왜 저한테 이렇게까지 챙겨주세요?

- 왜라뇨. 당연한건데.

- ...네?

- 당연한거라고요. 같은 회사 직원을 상사된 입장으로써 챙기는데 이유라도 필요합니까.



  쿲의 말이 맞음. 쿲의 행동은 정말 당연한거고 의문을 품지 않아도 되는 그런 일인데 훉이 워낙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기 때문에 이런 걸 그냥 받아들이지 못한거지. 그만큼 훉이 이제까지 많이 힘들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원래는 다들 쿲처럼 그랬어야하는건데 이제껏 차별만 받아왔으니까 훉의 입장에서는 정상의 반응인 쿲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지. 그래서 그런 쿲의 행동이 더 다정하게 느껴지니까 꾹 참으려고 했지만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림. 자기는 잘 울지 않는데 어제 놀란 그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어서 우는거라고 자기에게 핑계를 대는 훉이었음. 훉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소리도 못 내고 우니까 쿲이 훉 머리에 짧게 손 올렸다가 내려놓음.



- 나가있을게요. 좀 이따 불러요.



  우는 자기를 배려해서 사무실에서 나가주는 쿲에 훉은 더 크게 울었음. 한참을 울고 난 훉은 나가있는다던 쿲이 생각나서 눈물을 닦고 손부채질을 해서 이미 빨개져서 소용도 없는 눈가였지만 최대한 울었던 티를 지우고 나서 문을 열자 문 앞에 여전히 서있는 쿲이 보였음. 자기 울었던 소리가 새어나갔을까봐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자기를 배려해서 나가있어 준거니까 그런 쿲에서 고개를 꾸벅이면서 고맙다고 인사했음. 그런 훉의 행동에 쿲은 별 말 없이 곧 있으면 있을 테스트 잘 치뤄서 기왕이면 자기랑 같은 층에서 보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자리를 뜸. 그런 쿲이 고마워서 훉은 쿲이 가볍게 두드려주고 간 제 어깨에 손을 올려봤다 왠지 기분이 좋아져서 사무실로 들어감. 그날은 훉의 사무실을 찾아와 누구도 훉을 괴롭히지 않았고 그건 그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그랬음. 그 사이에 훉의 사무실을 들어왔다 나간 건 일처리할 서류들을 가지고 온 쿲이나 쿲이 보낸 다른 동료뿐. 그래서 훉은 오랜만에 정말 회사원다운 삶을 사니까 좋아서 그 행복을 누렸음.


  며칠 후, 회사에서는 정말로 쿲이 말했던 것처럼 테스트가 열렸음. 거기서 훉은 입사 테스트를 거칠 때처럼 모든 기를 쓰고 테스트에 임했고 그 결과는 원래부터 훉이 실력이 좋았듯 결과도 좋았음. 그래서 훉은 만족하면서도 뭐 이래도 자기는 여전히 서류 처리만 하겠지 하는 생각에 약간 시무룩해졌음. 그리고 그 다음날 바로 회사에 출근했는데 회사 로비에 한 군데가 제법 시끄러웠음. 훉은 그런 시끄러운 중심은 피하고자 하는 주의라서 그 자리를 피해서 가려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마 경호 3팀의 팀장인 사람이 제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 그래서 아직 회사에서는 쿲이나 쿲이 보낸 사람 아니면 신뢰가 가지 않는 훉이기에 흠칫함. 훉이 그렇게 흠칫하자 그 사람도 흠칫하면서 놀람.



- 아, 미안해요. 놀래키려던 건 아니고 저기 공고 뜬 거 보고 가야할 것 같은데 그냥 가길래...

- ...공고요?

- 네. 그쪽이 꼭 봐야할 것 같아서요.



  무슨 내용이길래 자기가 꼭 봐야하는 내용인지 훉은 짐작이 가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그래도 3팀 팀장인 사람이면 쿲만큼 지위가 높은 사람이니 공고가 붙은 곳으로 가서 처음부터 내용을 훑어내리는데 그걸 읽어내리는 훉의 눈이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커졌음.


  「 경호 2팀 팀장 '체슨쳘'」 그리고 그 밑에 팀원에 적힌 「 이즤훉 」 이름 석자에 훉은 너무 놀랬음. 내가? 내가 2팀에 들어갔다고?


  공고의 내용은 이러했음. 이번에 있었던 테스트 결과를 기반으로 이름을 가리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해서 팀을 배정했다고. 훉과 쿲의 회사는 팀이 1팀부터 약 스물 몇 팀까지 존재하는데 숫자가 작을수록 더 실력이 높은 팀이었음. 그래서 쿲이 그 나이에 2팀의 팀장이라는 게 엄청 대단한 일이었고. 그런데 그 팀에 자기가 들어가게 됐다니. 훉 너무 어리둥절 해져서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만 멀뚱거리고 있으니까 언제 왔는지 쿲이 그런 훉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안았음.



- 즤훉 씨, 짐 챙기러 갈까요?

- 네? 무슨 짐이요?

- 무슨 짐이긴요. 우리 팀 사무실로 자리 옮겨야죠.



  쿲이 씨익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니까 훉 그제야 제가 쿲의 팀에 들어가게 된 게 틀린 게 아니구나 싶어서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음. 훉이 웃는 모습은 쿲도 처음 보니까 조금 놀란 듯 하다가 화사하게 웃는 게 참 잘 어울리는구나 생각했음.


  자리를 옮겨 사무실로 향하면서 쿲이 이번 평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는데 이번에 정말 이름 다 가려두고 팀장들끼리 팀 배정을 하는데 다 마치고 이름을 공개하니까 제 팀에 훉이 있어서 자기도 많이 놀랐다며 실력이 좋을 것 같았지만 정말 점수도 엄청 높아서 더 많이 놀랐다고 하는 말에 훉은 그저 다 좋다는 듯 그냥 웃었음. 그렇게 훉의 사무실에 도착하자 훉의 짐을 다시 상자에 챙겨 담고 훉이 혼자 들어도 괜찮다는 말에도 쿲이 극구 들겠다고 그래서 결국은 둘이 나란히 짐 챙겨서 윗층에 쿲이 이끄는 팀이 있는 사무실에 도착하자 이미 와있는 팀원들이 보였음. 그런데 훉 막상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니까 쿲은 자기에게 호의적이지만 같은 팀원들은 아닐 수도 있는데 만약 자기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긴장하는데 훉을 본 팀원들은 오히려 엄청 밝았음.



- 헐, 즤훉 씨가 누군가 했는데 저번에 최초 합격하셨다던 초식과 분이셨어요?

- 대박. 대박. 저 그때 이야기로만 듣고 얼굴은 한 번도 못 봤었는데. 어느 팀에 계셨어요?

- 나 진짜 만나보고 싶었는데. 실력도 엄청 대단하댔는데.



  오히려 너무 자기를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반응에 훉은 당황했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었냐면 훉이 합격했을 때 주로 두 개의 반응으로 나뉘었었는데 약간 그 의견을 내세우는 게 종족에 따라서 반응이 갈렸었음. 육식과 중에서도 잡식과에 속하는 윣식과들은 초식과 훉이가 합격했다니까 자존심이 꿇려서 싫어하는 입장이었고, 쿲 같은 육식과에 속하는 무리들은(물론 아닌 사람도 많았지만) 초식과가 자기들 회사에 합격했다니 너무 신기해했음. 얼마나 실력이 좋으면 여길 들어와? 하는 그런 생각. 그런데 그걸 윗선에서 그냥 훉을 회사 구석에 흔적도 없이 쳐박아둬서 훉을 싫어하던 잡식과들에게 괴롭힘만 당하게 되는 그런 상황을 만들었던 것. 쿲이 저번에 훉이 괴롭힘을 당하게 되는 걸 보고 실력은 없으면서 남만 괴롭히면서 초식과들을 걷어내려고 철저히 실력으로만 팀 편성을 다시 하자고 계획을 세워서 윗선에 내미니까 윗선은 쿲이 좋은 인재니까 그 뜻을 받아줬고 그렇게 돼서 훉이 드디어 제 실력에 맞는, 원래부터 자기가 있었어야 하는 자리로 찾아갈 수 있게 된 거였음.


  그렇게 제 자리를 찾아가게 된 훉은 쿲을 포함한 다른 제 팀원들과 함께 그렇게 바라던 현장에 투입될 수 있게 되었음. 원래부터 경호원을 꿈꿔왔던 훉이었고, 실력도 꽤나 출중한 훉이어서 당연히 성과는 아주 좋은 실적을 냈음. 이제는 어엿한 한 경호원으로 업무도 잘 해결하는데 훉이 초식과다보니 종종 고용주 중에서 그런 훉이를 무시하거나 얕보거나 건드는 경우도 종종 있었음.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쿲이 옆에서 든든하게 훉을 도와줬음. 그럴 때마다 훉은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쿲은 상사니까 당연한거라고 웃었음. 두 사람은 다른 팀원들과 함께 좋은 팀워크를 펼치면서 일을 해나가던 중 어느 날 두 사람의 관계를 조금 바꿔놓은 사건이 터졌음.


  고용주 중에서 초식과 다람쥐 수인인 고용주가 있었는데 그 고용주는 초식과임에도 엄청나게 자수성가해서 꽤나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른 사람이었음. 그런데 지금 사회가 경호원이기만 한 훉이도 엄청나게 주위에 시달리는데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초식과는 그 대우가 좀 더 심했겠지. 그래서 돈을 주고 경호원을 고용했는데 일부러 저와 같은 초식과인 훉이 있는 팀을 선택했겠지. 그래서 훉과 쿲의 팀은 그 대표의 경호를 맡았는데 훉이 경호를 맡으면서도 참 암담한 마음이 들었음. 이제껏 다른 육식과나 잡식과들의 경호를 맡으면서 이렇게까지 한 사람에게 위협을 많이 끼치는 상황은 본 적이 없었는데 높은 자리에 있는 초식과라는 이유만으로 정말 주위에서 많은 위협이 가해지는 걸 두 눈으로 보니까 입안이 씁쓸해지는 기분이 들었음. 그래서 더 기를 쓰고 그 초식과 대표의 경호를 맡는 훉. 그래서인지 고용주인 대표와 훉은 서로 이해하는 부분이 있어서인지 잘 통했고 훉은 밖에서 경호를 하던 업무에서 이젠 대표의 바로 최측근에서 경호를 맡을 정도로 가까워졌음.


  그러던 중 육식과 사람이 그 대표를 노리고 그냥 자잘한 위협이 아니라 크게 살의를 가지고 습격을 하는 사건이 터졌음. 바깥의 경호를 몰래 뚫고 대표가 있는 곳으로 그 괴한이 쳐들어 갔는데 그걸 정말 찰나의 순간만큼 후에 쿲이 그걸 발견하고 급하게 팀원들을 다 대표가 있는 사무실로 호출함. 하지만 팀원들이 바깥 쪽에 있던터라 일단 호출하고 쿲도 바로 먼저 사무실로 뛰어감. 괴한이 엘리베이터를 타버렸으니까 쿲은 비상구로 숨이 차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급하게 뛰어감. 왜인지 제 고용주가 위험에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 쿲의 머릿 속에는 훉의 얼굴이 둥둥 떠다녔으니까. 그 시각 대표 사무실에서는 대표가 업무를 보느라 책상에 앉아있고 그 뒤에 훉이 서서 대표가 걸어오는 이야기에 정중하게 대답을 하면서 짧게짧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문이 쾅 하고 열리는 소리에 훉은 먼저 자동으로 경계 태세를 취했음. 소리가 크게 난 문 쪽을 쳐다보자 흉기를 들고 서 있는 괴한의 모습에 단번에 대표에게 해를 가하려고 온 사람인 걸 캐치하고 책상 앞으로 가서 제 뒤로 대표를 자리하게 하고는 먼저 침착하게 말을 함.



- 그거 내려놓으세요. 위협을 가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습니다.



  그런 훉의 말에 훉이 초식과인 걸 느낀 괴한이 피식 하고 웃더니 더 날뛰겠지. 초식과랑 초식과 새끼가 붙어서 놀고 있다고 이번에 그냥 꼴도 보기 싫은 초식과 새끼들 둘 다 죽여버리면 되겠다고 말하면서 훉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니까 훉이 가스총을 꺼내기에는 너무 근거리라 일단 허리춤에 차고 있던 삼단봉을 꺼내서 대치 상황을 만듬. 천천히 다가오던 괴한이 갑자기 훉에게 확 하고 달려들어서 흉기를 휘두르니까 훉은 삼단봉으로 침착하게 그 위협을 방어하면서 괴한을 밀어내려고 했음. 괴한은 훉을 만만하게 봤는데 실력이 좋기로 유명한 회사의 경호원 중에서도 탑급에 속하는 팀의 팀원인 훉은 절대 만만하게 볼만한 사람이 아니었지. 그래서 자기가 점점 밀리니까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훉에게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냄. 일단 초식과는 육식과의 기운몬에는 약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걸 맡게 된 훉은 일단 이를 악물고 긴장하려고 하는 몸을 애써 참아보려 했지만 육식과의 기운을 느끼면 긴장하고 피하려고 하는 게 초식과의 숙명이라 훉도 어쩔 수 없이 순간 비틀거렸음.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괴한이 칼을 들어서 훉에게 내려 찍었는데 훉이 그 상황에서도 잽싸게 움직여서 피해냈음. 그래서 일단 떨어뜨린 삼단봉을 다시 주우려고 바닥을 구르려는데 먼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칼을 크게 휘두르는 괴한에 아, 이건 못 피하겠구나 생각하고 훉은 그냥 눈을 감았고 그런 훉의 뒤에서 대표의 비명소리가 들림.


  그런데 몇 초의 시간이 흘러도 자기한테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아서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고 눈을 뜨는데 제 앞에 팔을 내밀고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쿲과 눈이 마주쳤음. 갑자기 제 앞에 나타나 마주하게 된 쿲의 모습에 훉 상황 파악이 안돼서 시선을 저도 모르게 떨어뜨리는데 옮긴 시야에서 쿲의 팔과 허리를 따라서 피가 셔츠를 물들이고 그러다못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는 핏방울에 그제야 경악을 하겠지. 쿲은 자기를 보고 놀라는 훉의 표정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올라오면서 답답해서 벗어 손에 들고 뛰어온 자켓을 훉의 머리위로 덮어 눈을 가려주었음. 그리고 크게 베여서 욱씬거리는 등과 팔뚝 부분을 애써 무시하고 제 앞에 있는 쿲의 몸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기운으로 상위 육식과라는 걸 느끼고 겁 먹어있는 괴한을 쳐다봄. 쿲과 눈이 마주치자 이판사판이라고 생각했는지 다시 칼을 휘두르면서 발악하는 괴한을 쿲이 금방 제압을 해버리고는 뒤이어 들어온 팀원들에게 그런 괴한을 맡겨서 보내버림. 그런데 쿲이 눈을 자켓으로 가렸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훉이 아니었지.


  처음에는 놀라서 굳어있었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제 시야를 가린 자켓을 잡아내리자 그사이에 쿲이 모든 상황을 마무리 하고 제 팀원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는 모습에 급하게 훉이 쿲에게 다가가서 아까 쿲이 자기에게 덮어준 마이와 얼른 저도 제 마이를 벗어서 쿲의 팔뚝과 어깨에서부터 등허리로 셔츠가 찢어질만큼 크게 그인 상처를 얼른 지혈했음. 저 때문에 다친 쿲을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서 자기도 어떻게 할 수 없게 손이 덜덜 떨려오고 무슨 말도 할 수 없었지만 목이 타들어가듯 아픈 훉이었음. 훉이 뒤에서 쿲을 지혈해주니까 제 뒤에서 손길이 느껴지니까 쿲 뒤를 슬쩍 돌아보는데 제 뒤에 무사해 보이는 훉의 모습에 그제야 긴장이 풀려서 저도 통증이 느껴지니까 자리에 주저앉음. 그럼 훉은 더 놀라서 급하게 119에 전화를 하고 엄청 놀란 상황이지만 그래도 정신을 제대로 붙잡고 있으려고 노력하면서 쿲을 저를 보게 끌어안고 쿲을 안아서 쿲의 두 팔 아래로 손을 넣어서 몸을 꽉 끌어안으면 등에 있는 큰 상처를 팔로 누르면서 지혈 할 수 있어서 그렇게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렸음. 그 와중에 제 귓가에 대고 피식 웃는 쿲의 행동에 훉은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지.



- 팀장님은 지금 이 상황에 웃음이 나와요?

- 그러게, 왜 그러지.



  훉은 그런 쿲 때문에 오히려 더 눈물 날 것 같고 미안한데 쿲은 분명 저를 안았는데 제게 안긴 것 같은 훉의 모습에 이유 없이 그냥 웃음이 났을 뿐이었음. 곧 있어 구급차가 도착하고 훉이 타서 쿲을 따라 병원까지 갔지. 쿲이 치료를 받는 동안 훉은 응급실 밖에서 벽에 등을 기대고 한숨만 쉬었음. 자기에게 이미 충분히 고마운 사람이 제 목숨까지 살려준 걸로도 모자라 저 대신 다치기까지 한 쿲한테 너무 미안한 감정 때문에 고개를 들기가 힘들었음. 그러다 제 폰으로 연락이 와서 누구지 하고 확인하니 쿲이 치료 끝났는데 어디있냐는 연락에 머리를 헝클였다 병원 안으로 들어감. 그러자 침대에 상의를 탈의했지만 등에 크게 난 상처 때문에 붕대를 옷처럼 칭칭 감고 있는 쿲의 모습이 보임. 쿲은 전혀 뭐 개의치 않는 듯 훉의 모습을 보고 또 말 없이 웃음을 지었고 그런 모습을 본 훉은 울컥하겠지. 그래서 쿲의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으면서 털어놓음.



- 제가 다치도록 두면 되지 왜 팀장님이 그걸 막아섰어요?

- 왜냐뇨. 가만 보면 즤훉 씨는 당연한 걸 자주 묻는 것 같네요. 제가 상사인데 어떻게 팀원이 다치는 걸 그냥 보고 있어요.

- 그럼 팀장님은 재현 씨나 현수 씨나 다른 팀원이 이런 상황 될 때마다 몸으로 막아설거에요? 바보 같이...



  훉은 속상한 마음에 그렇게 칭얼거리듯 털어놓고 자기가 중얼거린 바보 같다는 말에 헉, 내가 팀장님께 그런 말을 하다니...! 하고 혼자 놀라 있는데 정작 쿲에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음. 훉의 말을 듣는데 뭔가 자기가 느끼기에도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어서. 훉이 다른 팀원이 이런 상황에 쳐해도 몸으로 막아설거냐는 말에 쿲이 바로 떠올랐던 대답은 그건 아니였으니까. 아마 다른 팀원이 이런 상황에 쳐했으면 당연히 크게 걱정하고 놀라 똑같이 뛰어달려가긴 했겠지만 방금처럼 생각을 하기도 전에 먼저 몸이 나서진 않았을 것 같았으니까. 열려있는 사무실 문을 들어오는 순간 훉에게 칼을 휘두르려는 괴한을 보는 순간 원래 조금이라도 생각을 했더라면 그 손을 쳐내던가 했을텐데 생각 없이 바로 훉의 앞을 몸으로 막아섰었던 제 행동을 생각하니까 그제야 의문이 드는 쿲임.


  내가 왜 그랬지. 처음에 훉을 만났을 때 훉이 위험하던 상황이라 그 뒤로도 걱정이 들어서 더 챙기긴 했지만 절대로 훉을 동정이나 불쌍하게 봐서 그랬던 건 아니었는데. 그리고 같은 팀원으로 지내면서는 훉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제 안 도와줘도 훉은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해낼 수 있구나 싶어서 정말 훉이 곤란한 상황에만 도와주곤 했었지만 오늘처럼 정말 무모하게 뛰어든 건 왜 그랬는지 자기도 모르겠어서 혼란스러운 쿲임. 하지만 그런 티를 내지 않고 제 앞에서 안절부절 하고 있는 훉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쓰다듬어줌.



- 걱정시켜서 미안해요. 내가 바보 할게요. 앞으로는 이런 걱정 안 들게 할테니까 이번에만 봐줘요.



  뭐라 말하고 싶어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다정함에 열리려던 훉의 입술이 더 이상 열릴 수가 없었음. 끝까지 다정한 쿲에 훉은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돌렸음. 그렇지만 쿲은 보지 못한 훉의 돌린 얼굴에는 발그레한 홍조와 당황스러워하는 감정이 띄워져 있는 것 같았음.